컨택트(arrival)
리뷰-스포포함! 2017. 12. 4. 13:32 |구글 플레이로 뒤늦게 감상함. 괜찮았다. 내 예상보다는 말랑하고 감성적인 영화였음
이하 스포
-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시간축이 뒤틀려져 있고(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좀 다르지만), 외계인과 조우하는 장면들과 교차되다가 이것을 정리하면서 전체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주인공의 꿈이 교차되는데, 처음에는 마치 이것이 예전을 회상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실은 주인공의 사고체계가 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후반부에 주인공은 '그 여자아이는 누구내'고 묻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과거 회상이 아님을 알려준다. 여기에는 몇가지 힌트가 더 있는데, 딸과의 대화가 교차되면서 '논제로섬게임'이란 단어를 생각해 낸다던가, 딸이 동물과 이야기 나누는 엄마아빠의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표현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힌트가 배치되어 있다. 영화적으로는 이런 힌트들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게 그녀의 머리속에서 동시에 여러 시간의 자신을 보는 것이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의 장군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이 시점이 작동하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영화 내내 그녀가 보는 시간감각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소설에서 의도한 바는 교차편집하고는 다른 느낌이라고.
- 딸에 대한 애정과 딸의 죽음을 연속해서 보여준 장면이 나한테는 너무나 감상적인 장면이었음. 그리고 ost, On the Nature of Daylight 이 곡도 너무 묵직하고 감상적....영화의 전체적 톤이 이랬다. 나는 주인공이 잃을 것을 알고도 사랑을 얻는 쪽을 택하는게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예언/미래를 조작하는 종류의 이야기에서 그 조작능력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서 너무나 나이브한 결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좀 과잉해석일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예언과 조작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조망하고 미래를 조작할수 있다고 해도,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결국 조작가능한 시간축에 분절을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하고 내 식대로 해석해봄.
영화중 폭탄 테러로 인해 주인공을 구하려다가 외계인 애벗이 죽게되는데, 애벗역시 자신의 죽음을 모르고 있진 않았을 것. 결국 애벗도 인과관계와 그들의 미션에서의 어떤 필연을 이해하고 죽음을 피하기 보다는 희생을 택한게 아닐까
과거를 조작함으로써 완벽한 미래를 만드려는 시도를 하는 영화는 여러번 있어왔고, 나비효과에서 처럼 그 예언능력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작품이 많았으니까... 무엇을 바꿀것인가 바꿀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이야기를 논의하게 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편집에서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이 헵타포드와 첫번째 접촉을 한 첫번째 날. 외계인을 만나기까지의 긴장된 과정을 쭈욱 보여주고, 정작 외계인과 만난 그 순간은 편집으로 들어내버렸다. 쭉 긴장하며 보던 관객은 흐름이 뚝 끊기고, 이후 말로만 그 상황을 간략히 듣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상, 이 부분은 의미없는 파트이다. 아마도 소설에서도 있는 흐름이지 않을까 하는데, 저렇게 뚝 끊어진 게 약간은 분위기 전환에 일조하기도 하고. 뭔가 굉장히 시원하고 간결한 느낌이라 좋았다 ㅋㅋ
- 외계인과 첫번째 손 인사를 하는 장면 좋았다. 주인공이 무모한 행동을 할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가 갔는데, 상황은 그 행동으로 인해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외계인이 움직임이 인간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이게 살짝 위협적인 느낌이 나고 실제로 주인공도 살짝 놀라는데... 같은 손동작을 했음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아주 좋았음.
( 이 장면 -> https://youtu.be/KaknXLvgJI4 )
-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아이와 노는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에 어른거렸음.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까르르하는 소리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