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비주얼과 완성도는 굉장했고 음악도 너무나 멋졌지만 스토리가 너무 아쉬웠던 작품. 너무 식상한 전개였다.
- 이하 스포
- 좋았던 부분은, 소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엿보이는 장면들. 동경하는 가수의 영상을 낡은 TV로 보면서, TV화면 너머로 소년의 얼굴이 비치고, 소년의 큰 눈에 TV화면이 비쳐서 만들어지는 네모난 스페큘러().... 영상에 맞춰서 함께 움직이는 손가락같은 게 좋았음. 순간순간 기타 치는 움직임을 흉내내거나, 동경하던 기타를 손에 넣어 처음 연주를 할때의 표정같은 것들이 이 소년이 가진 열정과 재능을 그대로 보여줌. 그렇게 움직임을 통해 소년의 재능을 표현하는게, 마치 빌리 앨리엇을 보는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음. 소년이 죽은자의 세계에서 처음 모두의 앞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 장면은, 관객으로써는 소년의 재능을 처음으로 목격하는 순간으로, 헥터와의 협연으로 멋지게 그려졌던 것 같다.
그리고 재능을 가진 소년을 대하는 음악가들은 모두 눈을 빛내며 그에게 친절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처음 구두닦이를 시키던 음악가나, 경연에서 1등한 팀, 그리고 헥터도 그렇고.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려고 한다.
- 요컨데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사랑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부분도 어느정도는??
다만 가족과 꿈(음악)을 대립관계로 놓았을때, 사실은 이미 어느정도는 답이 나와있단 생각도 든다. 이 답의 변수는 결국 아이가 가진 재능인데, 재능이 너무나 확정적으로 좋기 때문에, 가족이 아이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 외엔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라, 헥터의 재능도 너무 뛰어나게 설정되어 있고. 이게... 개인적으론 아쉽다. 음악을 하는 대부분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주 어린나이에는 자기 재능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가족과 음악 사이에 갈등의 중요한 변수는 결국 재능이다. 요는 확실한 재능 앞에선 갈등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꿈과 책임 사이에 갈등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문제에 조금도 닿아있지 않다. 이 이야기엔 어떤 딜레마도 없다.
-그리고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게 존재할까? 할머니의 경우 자기 남편이 했던 장르를 싫어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음악 전체를 싫어하고 모르는 가족이라는 설정 자체가 나는 납득이 안된다.
-그리고 소년이 동경하던 존재가 사실은 악인이었다는 게 아쉽다. 소년이 동경으로 바라보던 장면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고, 그 장면에 가진 공감과 호소력이 있었다. 그 캐릭터는 열정적인 외면과는 다른 냉정한 인물-정도의 반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이 이야기의 플롯 자체가 무너지니까.ㅋㅋㅋ; 그냥 이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별로였다는 거...
- 꿈을 찾아 가족을 떠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가족을, 용서해 주는 것은 너무 섣부르지 않았나 싶다. 수십년 쌓인 감정의 골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함. 물론 용서를 받을 여지가 있는 상황이고 충분히 긴 시간 후회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이야기 안에선 받아들여진 것이지만...... 사실은 헥터가 완벽한 재능을 가지지 않아도 좋았고, 자신의 선택에 더 큰 책임을 졌으면 했다.
-소년이 음악을 통해서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장면은 뻔한 장면이지만 좋았다. 음악은 곧 추억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했고, 그 추억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바로 이어지는 느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영화안에 담아내는 것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 그 외에 싫었던 부분도 약간 있는데, 죽음을 희화화하는 장면들? 영화의 주제와는 무관하고 그냥 스쳐지나 가는 장면인데.. 요컨데 악당의 죽음이 한번더 재현되는 장면... 그다지 통쾌하거나 유쾌하지 않았다. 소세지 조롱도 그렇고.
- 좋은 장면이 굉장히 많았고 장면 하나하나 수려하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열정적인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스토리...정말 스토리가 너무나 아쉽다. ㅠ